‘시니어’는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사전을 봐도 명쾌한 답을 주지 않는다. 주로 연장자, 즉 나이 많은 사람이라고 정의(定義)하는데 나이 많다는 기준은 어떻게 나누는 것인지, 그렇다면 그 기준을 어떻게 정하는지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
이처럼 ‘시니어’라는 개념을 파고들다 보면 질문이 끝없이 솟아오른다. 그래서 답을 찾아가는 과정 같기도 하다. 다만 정답이 있는 객관식 문제가 아니라 서술형 답을 요구하는 주관식 문제 같다.
우리나라에서 ‘시니어’는 특정 연령 구간 세대를 의미하기도 하고 그들 삶의 영역, 즉 문화 활동이나 경제활동 등을 수식하는 단어로 폭넓게 쓰인다. 다시 말해 시니어는 고령사회를 지나 초고령사회로 달려가는 우리나라의 주축 세대이면서 그들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시니어는 무엇을 의미할까?
미국에서 시니어(senior)를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대학교로 4학년을 의미한다. 학부생 중에서 가장 상급생을 시니어로 부른다. 다른 학년 학생들보다 연장자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대학 졸업 수준의 학문을 갖춘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3학년은 주니어(junior)라고 부른다.
사회에서도 시니어는 다양하게 쓰인다. 서양의 회사는 신입과 초급 관리자에서 벗어난 인력을 ‘시니어’급으로 분류할 때가 있다. 회사에 따라 중간 관리자나 임원 등 아랫사람을 이끌 수 있는 경륜을 가진 이들이 여기에 속한다.
스포츠 분야에서도 시니어가 쓰이는데 주니어 다음 단계를 말한다. 애초에는 종목 기술의 완성도에 따라 나누다가 점차 나이로 기준 삼게 되었다. 테니스와 피겨 스케이팅이 주니어 대회와 시니어 대회를 나누는 대표 종목이다.
골프의 경우는 좀 다르다. 시니어 투어인 PGA 챔피언스 투어는 50세 이상의 PGA 소속 골퍼들이 참가한다. 최경주 프로처럼 왕년의 PGA 챔피언들이 뛰는 골프 투어다.
최근에는 ‘시니어 시티즌(senior citizen)’이라는 단어가 쓰이기도 한다. 모든 현역 활동에서 은퇴한 이들을 예우하며 부르는 말이다. 우리 말로 번역하면 ‘어르신’ 혹은 ‘선배 시민’ 정도가 되겠다.
이처럼 해외의 여러 현장에서 시니어라는 단어가 폭넓게 쓰인다. 위의 여러 용례에서 보듯 ‘시니어’는 나이에서 오는 경험과 실력, 즉 경륜을 겸비한 사람이라는 의미가 크다.
우리나라에서 시니어는?
서양 문화에서 '시니어'는 오랜 역사를 거치며 사회적 문화적 합의를 쌓아온 용어이면서 개념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연장자’라는 의미를 부각하는 면이 강해 주로 5060 이후 세대 관련한 활동에 ‘시니어’를 붙일 때가 많다. 시니어 컨설턴트, 시니어 크리에이터, 혹은 시니어 모델 등.
그런데 이들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제도를 마련하는 정부와 산하 기관에서는 ‘시니어’라는 용어를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이들 세대를 설명하는 다양한 용어를 쓰고 있다.
대표적인 용어가 ‘신중년’이다. 2017년부터 정부에서 쓰기 시작했는데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고 재취업 일자리 등에 종사하며 노후를 준비하는 과도기 세대”를 의미한다. 정부는 ‘5060 세대’에게 숫자가 아닌 의미 있는 명칭을 부여해 고령자나 노인 등 ‘은퇴한 사람’이라는 부정적 의미를 개선하려는 정책용어로 도입했다.
‘중장년’은 신중년이라는 용어가 쓰이기 전 정부의 각종 정책에 쓰인 용어다. 중장년은 중년과 장년의 두 개념을 포괄하면서 청년기와 노년기 사이에 자리한 연령대를 의미한다. 나아가 노후를 준비하며 가족의 부양과 자녀의 독립을 지원해야 하는 특성을 가진 시기이기도 하다. 정부의 각종 사업에서 중장년은 만 45세에서 65세의 개인에 해당한다.
‘장년층’이라는 용어도 정부에서 썼다. 주로 중년층과 함께 중장년으로 포괄해 쓰였는데 장년층은 55세 이상에서 64세 이하의 개인을 말한다. ‘베이비붐 세대’도 많이 쓰였다. 나이와 상관없이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개인을 말한다.
서울시에서는 ‘50+’라는 용어를 도입했다. 만 50세에서 64세의 “새로운 세대적 특성과 요구를 가진 젊은 어른”을 의미한다. 그리고 “지혜와 경험을 가진 사회의 동력이자 다양한 가능성을 품은 인구집단”으로 정의했다.
이와 같은 용어들을 정부 부처들은 혼용해 쓰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경우 2015년 ‘중장년취업아카데미’, 2016년 ‘장년층 노동시장 현황 및 특징 분석’, 2018년 ‘신중년 인생3모작 박람회’ 등을 안내하는 보도자료에서 세 가지 용어를 섞어 썼다.
중소기업벤처부도 마찬가지다. 중장년기술창업센터에 ‘중장년’이, 신중년 중소기업 기초컨설팅 지원사업에 ‘신중년’이, 채용박람회 관련 보도자료에는 ‘장년층’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했다. 그 외 여러 부처도 위 용어들을 혼용해 사용하고 있다.
정부 부처들이 단일화된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지원사업에 따라 대상 연령층이 다르기도 하지만 서양의 시니어처럼 사회적으로 합의된 용어가 없는 까닭도 크다. 그래서 부정적 함의가 들어가지 않는 중립적 용어를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들의 선배 세대인 65세 이상은 정부 정책이나 사업에서 ‘노인’ 혹은 ‘고령층’으로 부른다. 50세에서 65세 사이의 세대에게는 나름 긍정적 의미를 부여해 이름을 붙이려 노력하지만 노인 세대는 그냥 노인이거나 고령층인 것. 정잭 단계에서 명칭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무튼 우리나라에서 시니어는 5060 세대와 그들의 선배 세대를 포괄하는 연령 집단을 뜻한다.
시니어는 인생 후반전을 뛰는 현역 선수
인생을 운동경기에 비유하면 시니어는 후반전을 뛰는 선수와 같을 것이다. 전반전을 마쳐가거나 하프타임을 맞이한 선수도 마찬가지다.
물론 전반전부터 승부가 기우는 경기도 있지만 많은 경기가 그렇듯 후반전이 중요하다. 하프타임이나 작전 타임을 현명하게 사용해 밀리던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고 막판에 역전까지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시니어로 살아가느냐가 경기를 어떻게 마무리할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밀리거나 지고 있더라도 아직 끝난 것이 아닌 것. 경기를 뒤집을 기회가 아직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시니어신문>은 인생 후반전을 뛰는 선수인 시니어들을 위한 매체를 표방한다. 때로는 응원단이, 때로는 감독이나 코치가 될 테지만, 대부분은 경기를 함께 뛰는 동료가 되어줄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시니어신문>은 고령사회를 지나 초고령사회로 달려가는 우리나라의 주축 세대인 시니어들이 어떤 상황과 어떤 위치에 있는지 분석해 보려 한다. 통계로 본 시니어의 모습, 우리나라의 시니어를 위한 정책 현황, 전문가 제언 등 다각도에 걸친 기획 기사들을 준비 중이다.
이 연재를 시작으로 <한국시니어신문>은 '시니어'에 대한 긍정적 함의를 모으고 건설적인 정의(定義)도 다져 나갈 계획이다.
한국시니어신문 강대호 시니어 전문기자 | dh9219@ksenio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