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웰다잉’에도 신경 써야 할 때

2022.10.25 10:24

국민 76% ‘존엄하게 죽을 권리’ 지켜져야

[한국시니어신문]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평균 83.5세다. 지난 40년 동안 평균 수명은 18년이 늘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는 2060년에는 평균 수명이 100세를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기대수명이 점점 늘어나는 이유는 나날이 발전하는 의학 기술 덕분이다. 또한, 공중위생의 개선도 평균 수명 연장에 한몫한다. 

 

과학계에서는 이런 식으로 사회가 계속 발전할 경우 오는 2150년에는 인간의 최고 수명이 150세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럴 때 가장 빛을 발하는 것이 바로 복지다. 초고령화 사회에서의 ‘돌봄’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이슈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인간이 ‘인간답게’ 죽을 권리를 지켜주는 것은 가장 중요한 복지 문제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 ‘웰빙’ 못지않게 ‘인간다움 지켜주는 ‘웰다잉’ 시스템 확충해야

 

전 세계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심각한 편이다. 2020년 중위연령이 50세 이상인 시도는 아직 없지만, 2050년에는 17개 시도 모두 50세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20년 815만 명에서 2050년 1,900만 명으로 늘어나고, 전체 인구 대비 고령인구 비중은 같은 기간 15.7%에서 40.1%로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가 앞으로 심각한 인구 붕괴 현상을 겪을 것으로 지목되는 원인이다. 

 

이에 국가는 초고령화 사회에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노인돌봄서비스, 노인교육 등 실버산업을 확충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쉽게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 시스템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이런 하드웨어적인 도움 외에도 정서적, 감성적으로 노인을 도울 방법도 구체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중 하나가 ‘웰다잉(Well-Dying)’에 관한 문제다.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행복하고, 품위 있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국가가 여러 복지정책을 펼치는 이유도 ‘인간다움’을 지켜주기 위함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해서는 별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3월 세기의 미남으로 불리던 프랑스 배우 알랭 들롱이 안락사를 결정했고, 이보다 앞선 2018년 5월에는 호주의 생태학자인 데이비드 구달 박사가 스위스 베른의 한 병원에서 의사 조력 자살을 통해 사망했다. 유명인의 이러한 죽음을 보며 국내에서도 품위 있는 죽음을 택할 수 있는 권리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물론 2018년 2월부터 ‘소극적 존엄사’에 해당하는 일부 행위도 허용되고 있다. 치료 효과를 볼 수 없는 환자만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하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생을 마감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서울대병원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 국민의 76.3%가 안락사 혹은 의사 조력 자살 입법화에 찬성했다. 또한 ‘광의의 웰다잉’을 위한 체계와 전문성에 대한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약 85.9%가 찬성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팀은 2021년 3월부터 4월까지 19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안락사 혹은 의사 조력 자살에 대한 태도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오는 2025년에는 35만 명, 2040년 50만 명, 2050년 70만 명 등 향후 대한민국의 사망자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안락사의 입법화에 대한 입김 또한 거세질 거로 전망했다.

 

안락사를 찬성하는 이유로는 ▲남은 삶의 무의미(30.8%) ▲좋은(존엄한) 죽음에 대한 권리(26.0%) ▲고통의 경감(20.6%) ▲가족 고통과 부담(14.8%) ▲의료비 및 돌봄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4.6%) ▲인권 보호에 위배되지 않음(3.1%) 등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광의의 웰다잉은 협의의 웰다잉(호스피스 및 연명의료 결정)을 넘어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해 호스피스 및 연명의료 결정 확대와 함께 독거노인 공동 부양, 성년 후견인, 장기 기증, 유산 기부, 인생노트 작성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안락사 도입을 반대하는 이유로는 생명 존중(44.4%)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자기 결정권 침해(15.6%) ▲악용과 남용의 위험(13.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 ‘웰다잉’ 문화 급속도로 확산 추세

 

사람들이 안락사를 원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줄이고, 사회·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분류는 안락사의 입법화 논의 이전에 환자의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줄여주는 의학적 조치 혹은 의료비 지원, 그리고 남은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노력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서울대병원 윤영호 교수는 광의의 웰다잉이 제도적으로 선행되지 못한다면 안락사 혹은 의사 조력 자살에 대한 요구가 자연스러운 흐름 없이 급격히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잘 사는 것만큼이나 ‘잘 죽는’ 문제는 행복추구권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호스피스 이용이 제한되고, 회복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의사 조력 사망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은 행복추구권의 박탈이자 인권침해라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이에 지난 6월 안규백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의사 조력 존엄사법안’으로 불리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는 소생 가망이 없는 환자가 의사에 의해 처방된 약물을 직접 복용 혹은 투약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생명은 가장 근본이 되는 가치로, 죽을 권리라는 개념은 생명권과 대비되는 논리’라는 이유에서다. 

 

이런 문제는 국민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의 76.3%가 안락사 혹은 의사 조력 자살 입법화에 찬성했다. 즉, 무의미한 삶을 스스로 통제하고, 관리하길 바라는 것이 요즘 사람들의 의식이자 문화인 것이고, 이에 대한 요구가 통계로 나타난 것이다.

 

의학의 발달로 우리는 더욱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실제로 우리는 살면서 의학 기술의 혜택을 많이 받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 수명 연장에만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인간이라면 언젠가는 맞서야 하는 ‘죽음’이라는 문제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인간처럼 살 권리가 있듯, 좀 더 품위 있게, 고통 없이 죽음을 선택할 자기 결정권을 누리기를 원하는 국민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정부와 학계가 모여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것이다.

 

[한국시니어신문 김범규 기자] beebeekim1111@ksenio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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