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에 잡히지 않는 노인학대까지 살필 수 있어야

2022.11.07 11:38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의 '2021 노인학대 현황보고서'로 본 실태

[한국시니어신문] 이틀에 한 번꼴로 노인학대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4일 한 지상파 뉴스에서 충북의 사례를 들어 보도한 내용이다. 하지만 이를 전국으로 놓고 보면 노인학대는 더 높은 빈도로 발생하고 있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의 <2021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774건의 노인학대 사례가 발생했다. 전국에서 하루에 20건 가까운 노인학대가 발생하는 것이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은 노인학대 예방과 노인 인권을 위해 설립한 기관으로 관련 실무는 지역의 ‘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맡는다. <2021 노인학대 현황보고서>는 전국 37개 지역노인보호전문기관의 노인학대 상담사업 사례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이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노인학대 현황을 살펴본다.

 

◇ 노인학대 신고 사례 분류

 

노인보호전문기관에 노인 학대라고 신고한다고 해서 모든 사례가 학대로 판명 나는 것은 아니다. 신고 접수된 사례들은 기관에서 사실관계 확인을 거쳐 ‘일반사례’와 ‘학대사례’로 나눠 분류한다.

 

‘일반사례’는 신고접수 시에는 노인학대가 의심되었으나 사실관계 확인과 현장 조사 등을 통해 노인학대나 학대 위험요인이 드러나지 않는 사례를 의미한다. 신고 접수된 사례 중 단순 정보제공이나 기관 안내 등의 문의로 학대 의심 사례로 보기 어려운 사례도 포함한다.

 

‘학대사례’는 신고접수 시 노인학대가 의심되어 현장 조사를 시행한 후 학대로 판정된 사례를 의미한다. 이를 학대 수준으로 구분해 다시 응급, 비응급, 잠재적 사례로 분류한다.

 

2021년 한 해에 전국의 지역노인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신고된 전체 신고 건수는 19,391건이었다. 2020년의 16,973건과 비교해 14.2% 증가했다. 

 

이중 일반사례는 65.1%인 12,617건을 차지했다. 2020년의 10,714건과 비교하면 17.8% 증가했다. 실제 학대사례는 34.9%인 6,774건을 차지했다. 2020년의 6,259건과 비교해 8.2% 증가했다.

 

 

경기도 성남의 경기동부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 신고 접수된 사례들에는 오해가 있거나 사실관계와 다른 사례가 많다고 한다. 그래도 의심 가면 신고하는 것이 노인학대 예방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했다.

 

노인학대 신고자의 유형은 ‘신고 의무자’와 ‘비신고 의무자’로 나눌 수 있다. 신고 의무자는 <노인복지법> 제39조의6에 따른 노인과 관련한 거의 모든 공적 기관에 속한 사람 중 노인학대 신고 의무를 가진 자를 말한다. 비신고 의무자는 신고 의무자를 제외한 모든 자로 친족, 타인, 경찰 등 기관 관계자를 말하고, 학대 행위자 본인과 학대 피해 노인 본인도 비신고 의무자에 포함된다. 

 

지난해 전체 노인학대 사례 6,774건 중 신고 의무자에 의한 신고 건수는 860건으로 12.7%를 차지했다. 반면 비신고 의무자는 5,914건을 차지해 87.3%로 나타났다. 2020년과 비교하면 신고 의무자의 신고 건수는 8.4% 감소했다. 반면 비신고 의무자의 신고 건수는 11.2% 늘어났다. 

 

경기동부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노인학대와 관련해 친지뿐 아니라 이웃들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은 건보공단 등 다른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노인 인권과 노인학대 관련 캠페인과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 사례 판정과 재학대 사례

 

노인전문보호기관에서 학대로 의심된다는 신고를 접수하면 우선 현장 조사를 한다. 이때 방문 상담도 진행된다. 학대 피해 노인의 주거환경과 생활 수준, 심리상태, 주변 자원 등을 직접적으로 확인해 안전 여부 및 생활상태 등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만약 학대사례로 판정나면 이를 학대 정도 또는 위급 정도에 따라 더욱 세분한다. 응급, 비응급, 그리고 잠재적 사례로.

 

‘응급사례’는 노인학대가 현재 발생하고 있거나 학대로 인해 즉각적인 의료 조치가 필요한 사례를 말한다. ‘비응급사례’는 노인학대가 발생하였으나 학대 피해 노인의 안전이 이미 확보되거나 피해가 경미한 경우 등을 말한다.

 

‘잠재적 사례’는 현재 학대가 발생하고 있지 않으나 노인부양, 노인과 가족 간의 의사소통 기술 부족이나 갈등 등이 있어 향후 학대 위험요인이 된다고 판단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2021년에 노인전문보호기관에서 판정한 전체 학대 사례 6,774건 중 응급사례가 142건으로 2.1%, 비응급 사례가 65.4,445건으로 65.6%, 그리고 잠재적 사례가 2,187건 32.3%로 나타났다.

 

이 수치를 2020년과 비교하면 응급사례는 13.9% 감소했고, 비응급 사례는 13.3% 증가했다. 잠재적 사례는 0.7% 증가했다. 

 

 

이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건 매해 노인학대 건수가 늘어나는 점이다. 특히 ‘재학대’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재학대는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 접수되어 종결되었던 사례 중 다시 학대가 발생하여 신고된 사례를 말한다. 2021년 학대사례 6,774건 중 재학대 건수는 739건으로 10.9%를 차지했다. 이중 여성이 80.%인 597명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남성은 142명으로 19.2%를 차지했다.

 

지난 5년간 노인학대 사례 중 재학대로 판정된 건수는 2017년 359건, 2018년 488건, 2019년 500건, 2020년 614건, 그리고 2021년의 739건으로 매년 늘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경기동부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신고접수대장에서 이름을 자주 볼 수 있는 학대 피해자가 있다고 전했다. 같은 가해자의 학대가 반복되는 사례라 안타깝다고.

 

◇ 노인학대, 여러 노인 문제의 화학반응

 

노인학대는 노인 문제의 모든 현상이 뒤섞여 있다. 경제력, 가족 관계, 사회적 지위 등이 허물어지면서 학대가 발생한다. 때로는 노인 질병과 이로 인한 간병이 학대를 유발하기도 한다. 대표적 노인 질병이 ‘치매’다.

 

2021년 노인전문보호기관에서 노인학대로 판정한 사례들을 살펴보면 학대 피해 노인 중 치매가 의심되거나 치매로 진단받은 사례는 총 1,699건으로 전체 학대 사례의 25.1%로 집계되었다. 노인학대의 1/4이 치매를 앓는 노인에게 발생하는 것이다.

 

이로 보듯 노인학대는 단순한 현상이 아니다. 여러 문제가 섞여 화학반응을 일으킨 결과이다. 다만 과학처럼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래서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의 노인학대 현황을 분석한 보고서는 분명 의의가 있다. 

 

다만 이 보고서에 나온 수치 정도로만 노인학대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아마도 절차를 몰라서, 아니면 노인학대에 무지해서 신고를 안 하거나 쉬쉬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노인보호전문기관들도 분명 이 점을 잘 알고 있을 게 분명하다. 

 

노인보호전문기관으로서 사후 관리나 현상의 결과를 정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할 때다. 노인학대를 예방하는 캠페인도 필요하고 수면 아래의 노인학대를 찾아내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다양한 노인 문제를 함께 품으며 노인학대를 바라보는 시각도 필요하지 않을까.

 

[한국시니어신문 강대호 시니어 전문기자] dh9219@kseniornews.com

강대호 기자 dh9219@ksenio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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