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니어신문] 2021년에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가 전체의 28%였다. 사망 사고로만 본다면 37%였다. 고령 운전자 비중이 11.7%인 것을 보면 이들의 사고 비율이 높은 것을 볼 수 있다. 사고를 낸 고령 운전자들은 브레이크와 액셀을 헷갈렸다거나 사고 위험을 인지하고도 반응이 늦었다고 진술하는 등 고령 운전의 위험을 알려준다.

이에 지자체들은 고령 운전자의 운전면허 자진 반납을 독려하며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를 줄인다는 통계도 있다. 하지만 운전면허 반납은 평생 운전을 해왔던 노인들에게 커다란 상실감을 불러오는 선택일 수도 있다.
◇ 평생 해온 운전 이젠 멈춰야 할 때
“운전할 때 다른 차들의 경적을 듣는 날이 많아졌어요. 그러다 보니 운전에 자신이 없어지더라고요. 차선을 바꿀 때도 다른 차들의 경적 때문에 멈칫하고는 차선을 바꾸지 못해 길을 지나친 적이 많아졌고요. 그러다 보니 운전이 두려워졌어요.”
최근 운전면허를 반납한 경기도 광주에 사는 A씨(남, 83세)의 사례다. 그의 운전하는 모습을 본 자녀들이 먼저 면허 반납을 권유했지만 망설였다. 그러다 건널목에서 사고를 낼뻔하고는 운전면허증을 반납했다.
“작년에 친정아버지가 백내장 수술하셨어요. 그리고 얼마 후 면허를 반납하시더니 차를 제게 주셨어요. 이제 운전이 힘드시다면서요. 수술은 잘됐지만, 시력에 자신이 없으신지 미련 없이 관두시더라고요.”
경기도 용인에 사는 B씨의 85세 아버지 사례다. 그녀의 아버지는 다른 지역에 있는 전원주택을 왕래하며 노후를 보내셨다고. 하지만 친정아버지가 좋지 않은 시력으로 먼 거리를 운전하며 다닌 걸 생각하면 그동안 사고가 나지 않은 게 다행이라며 B씨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고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고령 운전자도 늘고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도 함께 느는 게 사실이다. 경기도의 2021년 자료에 의하면 도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는 82만명으로 2018년의 67만명 보다 22% 증가했다. 또한, 경기도의 고령 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는 2015년의 4,160건에서 2019년의 6,445건으로 55%가량 증가했다. 이는 전체 운전자 교통사고 증가율 5%와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라고.
이에 경기도는 고령 운전자의 운전면허 자진 반납을 독려하고 있다. 경기도는 2019년부터 65세 이상의 운전면허 소지자가 면허를 자진 반납하면 지역화폐 10만원을 지급한다.
이 제도 시행 초기에는 경찰서나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신청해야 했으나 지금은 경기도의 각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서도 신청할 수 있다. 경기도뿐 아니라 다른 지자체에서도 고령 운전자의 운전면허 자진 반납을 독려한다. 다만 지자체에 따라 대상자의 나이, 그리고 지원 규모와 방법이 다를 수 있다.
◇ 운전을 이제 그만해야 한다는 신호는 무엇?
고령 운전자의 면허증 반납을 독려하는 이유는 본인은 물론 다른 운전자나 보행자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물론 본인은 평생 해온 운전에 자신이 있겠지만 노화로 인한 변화는 무시할 수 없다. 만약 본인도 모르게 인지장애나 치매가 진행되고 있다면 더욱 위험하다. 그렇다면 운전이 위험하다는 신호는 무엇이 있을까?
최근 들어 본인의 운전 능력에 대해 자신감이 떨어짐을 느낀다거나 다른 운전자들이 자주 경적을 울린다면 알람이 켜진 것일 수도 있다. 운전에 자신감이 떨어지면 멈칫할 수 있고 그런 차가 앞이나 옆에 있다면 경적을 울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익숙한 장소에서도 길을 잃거나 가야 할 곳을 지나치는 일이 반복되고 브레이크와 액셀러레이터를 혼동하는 일이 잦아진다면 위험하다. 목적지를 놓쳐 당황하거나 페달을 헷갈린다면 그만큼 사고의 위험이 높아진다.
교통법규 위반 스티커를 자주 발부받거나 자동차에 흠집이 많이 늘었다면 주의력이 떨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한두 번의 실수가 아니고 교통법규 위반이 잦다면 인지력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혹시 주차할 때 다른 차나 주차장을 긁는다면 인지부조화를 겪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동승자가 운전자의 운전에 불안을 느끼거나 동승자가 계속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시킨다면 위험신호라고 할 수 있다. 혹시 갑작스러운 상황이 생겼을 때 대처가 느리다면 운전면허 반납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위에 언급한 위험 신호들은 ‘중앙치매센터’에서 정리한 사항들로 치매 환자는 물론 인지 장애가 시작되는 고령의 운전자 모두에게 해당하는 위험 신호들이다. 만약 이런 위험신호를 보이는 운전자가 있다면 면허증 반납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 운전면허를 반납을 위한 설득은 어떻게?
운전면허 반납은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지만, 주변의 관심과 설득도 필요하다. 본인이 면허증을 반납을 결심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주변의 시선과는 상관없이 본인이 운전에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면 위험성이 커진다.
그래서 평생 무리 없이 해온 운전이라 하더라도 주위에서 보기에 위험하다고 판단한다면 운전면허 반납을 권유해야 한다. 그런데도 계속 운전을 고집한다면 가족과 주변의 노력이 필요하다.
경험자들은 우선 운전하지 못하게 된 상황을 자녀와 가족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다며 설득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자동차 열쇠를 뺏는다거나 자동차를 팔아버리는 등의 극단적인 방법은 피하는 게 좋다고.
다음으로 차량 운전을 대체할 다른 운송 수단이나 대중교통 방안 등을 상세히 알려주라고 조언한다. 지역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우리나라의 대중교통 체계는 촘촘하게 짜여있다. 또한, 복지 차원에서 운영하는 교통 약자를 위한 제도도 갖춰져 있다.
마지막으로 의료기관의 검사와 상담을 통해 부모에게 인지능력 혹은 운동능력에 대한 객관적 판단과 정확한 인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도 조언한다. 전문적 평가와 더불어 인지능력과 운동능력이 떨어지는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의 위험성을 함께 알려준다면 설득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국시니어신문 강대호 시니어 전문기자] dh9219@ksenio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