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상의 시니어 칼럼] 화 다스리기

2023.10.26 17:49

니어가 주니어들에게서 배워야

[한국시니어신문] 화(火, anger)는 몹시 못마땅하거나 언짢아서 나는 성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감정을 가진 인간이라면 가끔 화를 낼 수도 있습니다. 화를 전혀 내지 않고 속으로 삭히다가 병을 얻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화가 나면 화를 겉으로 풀어낼 것을 권하기도 하지요. 화는 자기 자신이 스스로 다스려야 하는 감정입니다.

 

◇ 화를 품은 사람

 

그런데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화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오죽하면 화병이란 용어를 수출까지 했다고 합니다. 마치 시한폭탄처럼 건드리기만 해도 터져 버립니다.

 

얼마 전 지하철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어느 역에서 교통약자석 맞은편에 7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과 60대 중반의 여성이 함께 들어와 앉았습니다. 대화의 내용으로 봐서는 남성이 지하철을 타기 전부터 그 여성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었나 봅니다. 남성이 키도 크고 꽤 건장한 체격인데 반해 여성은 아담한 체구였습니다. 문제는 남성이 소위 쩍벌남 자세로 앉아 여성에게 불편을 주어 시비가 붙었습니다.

 

지하철 내에는 많은 젊은이들이 쳐다보고 있는데 서로 고함을 지르며 싸웠습니다. 필자가 보기에는 남성이 남존여비 사상으로 똘똘 뭉친 것처럼 여성을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말을 해댔습니다. 이에 질세라 여성도 악을 쓰며 억울해 하며 끝까지 대들었습니다. 필자가 마침 옆 칸에 자리가 있는 것을 보고 여성에게 자리를 옮길 것을 권했지만 한참 동안 그 시비는 그치지 않았습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그 광경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필자는 부끄러워 도무지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최근 필자의 아파트에서도 다툼이 생겼습니다. 아파트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앱으로 등록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걸 알지 못하고 지인을 방문한 분이 경비원과 대화하고 있는데 뒤에서 입주자가 차의 클랙슨을 눌렀습니다. 그것도 몇 번이나 반복했습니다. 시비는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시간은 전 세계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흘러가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조급합니다. 빨리빨리 병이 그냥 생긴 게 아닙니다. 최근 스페인 산티아고 800킬로미터(km)를 걷고 나서 그들의 문화 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느림의 미학을 배웠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횡단보도에서 뛰지 않기, 자동차 클랙슨을 누르지 않기, 끼어드는 차에게 양보하기, 식당에서 큰소리로 직원을 부르지 않기, 생각은 빨리하지만 행동은 느리게 하기, 식사 시간을 길게 잡고 음식을 오래 씹기 등입니다.

 

이제 귀국한지 한 달이 되었는데 아직까지는 잘 지키고 있습니다. 급하게 해야 할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별해야 합니다. 종종 시니어들은 서로 다투다가 논리적으로 밀리면 내놓는 카드가 나이를 따지는 겁니다. 하지만 나이를 들먹이며 다투면 연장자가 손해를 봅니다. 나이는 계급이 아니니까요.

 

◇ 성숙한 국민이 돼야

 

우리는 너무 조급합니다. 너무 화를 잘 냅니다. 자동차를 운전하면서도 언제든지 화를 내기 위해 준비된 사람처럼 보입니다. 각자도생을 하며 생존경쟁을 해야 했던 과거의 부산물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선진국답게 화를 다스릴 줄 아는 성숙한 국민이 돼야 합니다. 빠름은 편리함을 가져다주지만 우리 삶은 모두 아날로그 방식입니다. 줄을 서고 기다리는 것이 몸에 철저하게 배야 합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도 빨리 걷는 사람은 대부분 한국 사람입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우리가 매사 빠르다는 걸 모두 알고 있습니다. 빨라서 좋은 것보다 놓치는 것이 더 많습니다.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면 빠름 병을 고칠 수 있습니다. 분노조절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먼저 시니어들이 행동으로 실천하고 보여주어야 합니다. 오히려 요즘 젊은이들은 화를 잘 다스립니다. 시니어가 주니어들에게서 배워야 합니다.
 

 

※ 외부 필자의 칼럼 및 기고 등은 한국시니어신문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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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상 맥아더스쿨 교장 news@ksenio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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