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상의 시니어 칼럼] 일병장수(一病長壽) 시대

2024.01.23 09:21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육체를 리드한다

 

[한국시니어신문] 무병장수(無病長壽)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별다른 병 없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삶을 말합니다. 무병장수는 만수무강과 함께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인사말로 흔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건강은 자신이 간절히 원한다고 그대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태어날 때부터 허약한 체질도 있고 세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시나브로 건강이 나빠지기도 합니다. 특히 시니어의 건강은 자랑할 것이 못됩니다. 오히려 시니어에게는 무병장수보다는 일병장수(一病長壽)가 더 낫습니다.

 

일병장수는 말 그대로 한 가지 병을 가지고 있으면서 오래 산다는 뜻입니다. 항상 건강할 때는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지만, 한 가지라도 병이 생기면 평소에 자주 몸 전체를 살피고 조심하게 됩니다.

 

1920년생 김형석 교수에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건강하게 오래 사느냐고 말입니다. 김 교수의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김 교수가 어릴 적에 주변의 어른들은 그가 오래 살지 못할 거라고  말했답니다.

 

하지만 그는 103세가 넘은 지금도 종종 강연을 하고 글을 씁니다. 김 교수는 자신의 건강이 좋지 못해 늘 조심하고 건강 관리에 힘을 쓴다고 합니다. 특히 그는 건강한 정신이 건강한 육체를 이끈다(sound mind, sound body)고 강조합니다. 우리가 어릴 적에는 건강한 육체가 건강한 정신을 이끈다고 배웠었죠. 그는 이를 뒤집었습니다.

 

일본의 경영의 신으로 불린 파나소닉의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쓰케도 김 교수와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성공 요인을 소개하면서 태어날 때부터 몸이 몹시 허약해서 평생 운동에 힘써 왔기 때문에 건강하게 지냈다고 했습니다.

 

필자의 부모님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워낙 건강해서 한 번도 병원에 가본 적이 없는 어머니는 21년 전 72세로 일찍 돌아가시고 평소 비교적 건강하지 못했던 아버지는 4년 전 93세까지 사셨으니까요.

 

필자도 10여 년 전부터 가끔 잠을 자다가 왼쪽 팔에 마비 증세가 생겨 갑자기 큰소리를 지르고 깜짝 놀라 잠을 깨곤 합니다. 7년 전에 상태가 그런대로 괜찮아 보여 혼자서 스페인 산티아고 800킬로미터(km)를 걷기 위해 북쪽길로 갔다가 일주일 만에 돌아왔습니다. 걱정했던 팔 마비 증세가 다시 나타났던 거죠. 돌아와서 엑스레이, MRI, CT촬영 등 모두 해봤지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습니다.

 

 

다만 의사의 말로는 경추 5번과 6번 사이가 나이 들면서 좁혀져 그런 거라고 약을 처방해 줬지요. 지난해 8월 다시 스페인 산티아고에 도전해서 800km를 완주했습니다. 두 번 정도 마비 증세가 있었지만 다행히 잘 넘어갔습니다.

 

◇ 건강에 지나치게 민감한 것은 좋지 않다

 

오랫동안 잘 낫지 않는 병을 지병이라고 합니다. 한두 가지 지병을 가지고 있다고 너무 낙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병 덕분에 운동도 하게 되고 식사도 조절하게 됩니다. 기계도 오래 사용하면 고장이 나게 되어 있는데 우리의 인체도 60년 또는 70년 이상 사용하면 이곳저곳 병들게 마련입니다. 건강하다고 병에 대해 둔감한 것은 곤란하지만 지나치게 민감한 것도 좋지 않습니다.

 

생로병사는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닥쳐오는 것으로 생각하고 차분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아무리 백세 시대라고 떠들어도 주변에 있던 형제자매나 친구들이 하나 둘 건강을 잃게 되면 낙심하게 됩니다. 김형석 교수의 말처럼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육체를 리드하게 마련입니다. 무리하게 무병장수를 꿈꾸지 말고 일병장수 또는 지병장수로 건강하게 살아가는 시니어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 외부 필자의 칼럼 및 기고 등은 한국시니어신문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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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상 맥아더스쿨 교장 news@ksenio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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