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상의 시니어 칼럼] 속도가 다른 세대, 마음을 맞추는 소통

2025.04.08 09:50

 

▲ 정은상 맥아더스쿨 교장

[한국시니어신문] 지구상의 모든 인간에게는 하루 24시간이 동일하게 주어져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이지만, 사람마다 이를 체감하는 방식은 천차만별입니다. 특히 나이와 경험이 다르면 시간의 흐름을 느끼는 속도도 크게 달라집니다. 흔히 30대는 시속 30km로, 70대는 시속 70km로 시간이 흐른다고 비유적으로 표현하곤 합니다. 또한 어린 시절에는 방학이 아주 길게 느껴지지만, 나이가 들수록 한 달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경험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처럼 삶의 단계에 따라 시간의 속도감이 달라지는 현상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느낌입니다.
이러한 시간의 체감 속도 차이는 단순한 느낌 이상의 영향을 줍니다. 서로 다른 세대가 소통할 때 오해가 생기거나 대화가 끊기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시간에 대한 인식 차이 때문입니다. 마치 속도가 다른 자동차가 같은 도로 위를 달릴 때 충돌 위험이 높아지는 것처럼, 세대 간의 시간 감각 차이는 의사소통의 장애물이 될 수 있습니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소통하려는 태도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특히 가족, 직장, 지역사회에서 세대 간 협력과 공존이 강조되는 지금, 초고령화 사회 진입과 함께 세대 간 이해와 연대가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디지털 격차, 일자리 변화, 가치관의 충돌 같은 현상은 세대 간 소통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간 감각 차이를 인식하고 다리를 놓으려는 노력이 부족할 경우, 같은 말을 해도 의도가 왜곡되거나 불필요한 갈등이 생기기 쉬운 것이 현실입니다.


세대 간 소통을 위한 네 가지 방법


첫째, 상대방의 리듬에 맞추기


빠르게 느껴지는 시간 속에 사는 시니어와 느긋한 시간 흐름을 체감하는 청년은 서로의 리듬을 존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니어는 청년의 느린 답변을 기다려주고, 청년은 시니어의 속도감 있는 표현을 재촉이나 잔소리로 오해하지 않아야 합니다.


서로의 리듬을 이해하고 한 발 물러서서 기다리는 여유는 소통의 시작점이 됩니다. 특히 가족 간 대화에서 이러한 태도는 갈등을 줄이고 정서적 유대를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이는 단순히 말의 속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의 타이밍과 깊이, 말의 무게를 함께 고려해야 함을 뜻합니다. 서로의 리듬을 맞춰나가는 과정은 마치 음악에서의 하모니처럼 점점 더 자연스럽고 아름다워질 수 있습니다.


둘째, 공감의 언어 사용하기


속도가 다르면 관점도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사건을 겪더라도 세대에 따라 느끼는 감정과 해석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단순한 정보 전달보다는 감정을 나누는 언어가 필요합니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 마음 이해돼요", "그땐 정말 힘드셨겠어요" 같은 표현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공감의 언어는 말보다 마음을 연결해 주는 다리가 됩니다. 특히 세대 간에는 서로 살아온 시대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배경을 설명하고 이해하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단어 하나, 눈빛 하나에도 공감이 담겨 있을 때, 소통은 한층 깊어지고 따뜻해집니다.


셋째, 공통의 경험을 만들기


같은 속도를 공유하는 순간을 함께 만드는 것은 세대 간 소통에 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함께 산책을 하거나, 같은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은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활동은 시간의 체감 속도를 일시적으로 비슷하게 만들어 주며, 서로의 관심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요리나 간단한 게임을 함께 하거나, 여행이나 취미 활동을 공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런 활동 속에서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서로의 세계를 조금씩 이해하게 됩니다. 공통의 추억은 세대 간의 벽을 허무는 데 큰 역할을 하며, 특별한 대화 기술보다 효과적인 연결의 매개가 되기도 합니다.


넷째, 경청하고 질문하기


상대의 시간을 존중한다는 가장 큰 표현은 '경청'입니다.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는 것은 단순한 예의가 아니라, 그 사람의 삶과 경험을 존중하는 행위입니다. 또한 단순히 듣는 데서 멈추지 않고, 관심을 담아 질문을 던지면 대화는 깊어지고 신뢰는 쌓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셨어요?", "그 당시 기분은 어떠셨어요?"와 같은 질문은 상대방의 경험에 대한 진심 어린 관심을 보여줍니다. 경청과 질문은 속도가 다른 세대 간의 진정한 대화를 여는 열쇠입니다. 특히 질문은 상대방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도구일 뿐 아니라, 대화를 이어가는 연결 고리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질문 하나가 서로의 삶을 이해하는 결정적인 실마리가 되기도 합니다.


속도의 차이를 이해하는 지혜


세대 간의 시간 속도 차이는 단순히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관점, 기억의 밀도, 감각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청년이 하루를 길게 느끼는 반면, 시니어는 같은 하루를 훨씬 짧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이는 단지 나이 때문이 아니라, 반복되는 일상과 경험의 축적, 미래보다 과거에 머무는 시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이 차이를 인정하고, 상대의 시간을 존중하며 귀 기울이는 태도를 갖는다면, 우리는 서로 다른 속도를 이해하는 지혜를 얻게 됩니다. 결국 소통이란 같은 속도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속도를 인정하고 그 차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출발합니다.


오늘 대화할 때 한 번만이라도 상대의 리듬에 맞춰보는 연습을 해보세요. 아주 작은 시도가 큰 이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름을 포용하며 함께 걸어가는 마음의 자세가 진정한 소통의 시작입니다.
소통의 기술은 빠르게 말하고 많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살아온 사람의 이야기를 천천히 들어주는 데 있습니다. 서로 다른 속도를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다면, 우리는 세대 간 벽을 넘어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함께 걷는 삶은 더 넓고 깊은 공동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시간은 다르게 흐를지 몰라도, 마음은 같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 외부 필자의 칼럼 및 기고 등은 한국시니어신문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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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상 맥아더스쿨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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