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은상 맥아더스쿨 교장
변화의 속도 속에서 지혜를 말하다
AI는 어느새 우리의 일상 곳곳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인공지능 스피커, 자율주행 차량, 챗봇 상담 등 다양한 형태의 기술이 빠르게 등장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은 그 편리함에 놀라워하면서도 그 이면의 변화에 긴장감을 느낍니다. 특히 시니어 세대는 이러한 빠른 변화 속에서 자칫 소외감을 느끼기 쉽습니다. "내가 이걸 다 따라갈 수 있을까?", "이젠 세상이 너무 빠르게 돌아가는데, 나는 여전히 아날로그 같아"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지혜는 속도에 있지 않습니다. 시대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의 생각과 판단, 공감과 통찰이 존재해 왔습니다. 기술이 아무리 앞서나가더라도, 그것을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는 결국 사람입니다.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능력이 아니라, 그 기술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깊이 있게 성찰하고, 따뜻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인간 중심의 지혜입니다.
AI는 빠르게 배우고 실행하지만, 사람은 관계를 맺고 마음을 나누며 더 깊은 삶을 살아갑니다. 기술은 계속해서 정교해지고, 효율은 높아지지만, 그것을 다루는 사람의 태도와 이해는 그보다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기술은 단지 도구일 뿐이며, 그 도구를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그 사람의 품격을 결정짓습니다.
시니어는 세월 속에서 쌓아온 삶의 감각과 인간적인 통찰력을 통해, 변화의 흐름을 단지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나아가 후배 세대와 새로운 기술을 함께 배우고, 그 의미를 되짚어 주는 중요한 안내자가 될 수 있습니다. 변화는 기술이 주도하지만, 방향은 결국 사람이 결정합니다. 시니어는 그 방향을 함께 논의하고 이끌 수 있는 귀중한 동반자이며, 앞으로의 시대에 꼭 필요한 ‘느린 속도의 리더’입니다.
첫째, 빠른 처리보다 깊은 해석이 더 중요하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순식간에 분석하고, 통계와 알고리즘을 통해 정답처럼 보이는 결과를 도출합니다. 정보의 양과 속도 면에서는 사람을 능가할 수 있지만, 그 결과가 항상 맥락에 맞고 타당하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시니어는 다양한 삶의 경험을 통해 정보를 단순히 받아들이지 않고, 그 의미와 배경, 의도를 깊이 있게 파악합니다. 단순히 '무엇'을 아는 것을 넘어 '왜'와 '어떻게'를 이해하는 능력은 시니어만의 고유한 자산입니다. AI는 지식에 강하지만, 사람은 맥락에 강합니다. AI는 답을 보여주지만, 시니어는 의미를 찾아냅니다. 이러한 해석력은 공동체, 가정, 조직 내에서 신뢰와 방향을 세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둘째, 표면을 넘는 해석, 사람만의 능력이다
AI는 텍스트, 음성, 이미지의 겉모습을 분석해 감정이나 패턴을 추론합니다. 그러나 감정의 무게, 말하지 않은 여백, 문화적 뉘앙스까지 온전히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시니어는 말 한마디의 뉘앙스, 눈빛의 깊은 의미, 침묵 속의 메시지를 읽어냅니다. 오랜 삶을 통해 축적된 정서적 감각은 데이터 분석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통찰입니다. 기계는 패턴을 인식하지만, 사람은 마음을 이해합니다. 예를 들어, AI는 어떤 발언이 사실인지 판단할 수 있지만, 시니어는 그 말 뒤에 숨어 있는 진심과 망설임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인간 중심의 감각은 공동체에서 조율자와 조언자로서 시니어가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AI가 제공하지 못하는 따뜻한 해석과 배려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셋째, 속도를 활용하되 판단은 사람의 몫이다
AI는 빠르게 길을 안내하고 복잡한 문제에 대한 답을 제시합니다. 정보 검색, 번역, 일정 관리, 투자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며 우리의 삶을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어 줍니다. 그러나 그것이 항상 정답은 아닙니다.
지혜로운 시니어는 AI의 편리함을 활용하면서도 중요한 결정은 자신의 경험과 가치관에 따라 내립니다. 기술을 맹신하지 않고, 도구로 삼아 스스로 판단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삶의 갈림길에서는 인간적인 고민과 결정이 필요합니다.
기계가 제시하는 답을 참고하되, 상황과 맥락을 고려해 해석하고 조율하는 힘. 바로 그것이 시니어의 지혜입니다. 인생의 키는 여전히 자신이 쥐는 것이며, 이것이 시니어의 품격을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넷째, 계산보다 공감, 속도보다 관계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숫자를 세고 가능성을 예측합니다. 예측 정확도는 점점 높아지고, 많은 분야에서 인간보다 효율적인 결과를 내놓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삶은 숫자로만 설명되지 않습니다.
AI는 정확함을 추구하지만, 시니어는 그 안에서 따뜻함을 봅니다. 빠름보다 깊이를, 효율보다 관계를 소중히 여깁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여유, 서두르지 않고 바라보는 시선, 말보다 눈빛을 읽는 배려. 이 모든 것이 시니어의 지혜이자,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적인 능력입니다.
가족과 이웃, 사회의 갈등을 풀고 관계를 회복하는 데 필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시니어는 그 마음을 이해하고 연결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며, 인공지능이 닿지 못하는 영역에서 진정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공감은 느리지만 가장 멀리 가는 힘입니다.
사람이 중심인 시대는 계속된다
기술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지만, 그 기술을 이끄는 주체는 여전히 사람입니다. 특히 깊은 삶의 경험을 지닌 시니어의 시선과 태도는 AI 시대에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시니어는 단지 변화에 적응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 변화를 안내하고 이끄는 나침반이 될 수 있습니다.
AI는 빠르게 배우지만, 사람은 진심을 나누며 함께 살아갑니다. 깊이 있는 사람이 결국 중심이 되는 세상, 그 주인공은 바로 당신입니다. 빠름에만 매몰되지 말고, 느리지만 깊이 있게 살아가는 삶을 오늘부터 다시 시작해 보십시오.
AI 시대의 시니어는 '기술을 배우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답게 기술을 쓰는 사람'입니다. 시니어의 따뜻한 판단, 여유 있는 시선, 공감하는 마음은 어떤 스마트 기술보다도 더 스마트한 시대의 자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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