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시니어신문] 중장년층의 자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자살예방센터가 개발하고 운영한 중장년 맞춤형 자살예방 프로그램 ‘서로를 살리는 관계학교’ 출신의 생명지킴이들이 중장년 자살예방 활동에 본격 나선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는 2025년 상반기 11개 기관과 함께 ‘서로를 살리는 관계학교’를 진행했으며, 참여자 중 90%가 이수해 생명지킴이 실천을 전개해나간다고 밝혔다.
또한 하반기에는 중장년 자살예방을 위해 50플러스센터, 복지관, 자치구 내 보건소 등에서 ‘서로를 살리는 관계학교’를 진행할 강사 양성과 프로그램 확대를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는 이를 통해 중장년 자살률을 낮추는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퇴직 후 3년째 무직 상태인 56세 김모 씨는 중장년의 삶이 고립되고 있다고 말한다. 수십 년 동안 몸담았던 회사의 경력은 퇴직 후 무용지물이 됐고, 자녀 교육비와 노부모 병원비, 대출이자까지 감당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은 더욱 무거웠다. 주변에 속마음을 터놓을 사람조차 없는 고립된 일상에서 그는 점점 삶의 의미를 잃어 갔다. 그는 “차라리 제가 없어지는 게 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자살로 사망한 사람은 총 1만3978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절반 이상인 7607명(54.4%)이 40~60대며, 이들 중장년층의 자살률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50대의 자살은 전년 대비 12.1%, 60대는 13.6% 증가해 중장년층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드러낸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인증한 자살예방 교육 프로그램 108개 중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은 단 4개에 불과하다.
실제 현재까지 보고된 국내 자살예방 프로그램은 특정 직군(소방, 군인, 교원)이나 청소년, 성인, 노인에 초점을 맞춰 개발됐으며,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이 많다(출처: 보건복지부 자살예방 교육센터). 또한 이러한 프로그램은 자살 위험신호를 조기에 발견하고 이를 적절한 전문 도움으로 연결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중장년층의 생애 주기적 특성과 위기를 반영해 정서적 고립을 완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접근 방법은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단기성 프로그램이라 심층적으로 접근하는데 한계가 있다.
‘서로를 살리는 관계학교’는 서울시자살예방센터가 이 같은 한계 극복을 위해 2024년부터 개발한 중장년 맞춤형 자살예방 프로그램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회복지 교수 등 전문가가 함께 참여해 실효성을 높였고, 2025년 1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의 자살예방 교육으로 공식 승인받았다.
중장년 맞춤형 자살 예방사업의 선두로서 생애주기 특화 사업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서로를 살리는 관계학교’는 중장년이 어려워하는 ‘관계’와 ‘외로움’에 초점을 맞췄다. 실제로 ‘관계’를 기반으로 한 ‘대화’는 자살 사망의 강력한 부정적 영향 요인인 ‘우울’과 ‘스트레스’ 등에 있어 효과적인 해결책이다.
이수비 대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중장년층은 신체적 노화, 부모의 죽음, 직장에서의 퇴직, 자녀의 독립과 같은 심리적·사회적 변화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면서 기존의 사회적 관계가 축소되고 역할을 상실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정서적 고립으로 이어져 중장년층의 외로움, 소외감, 고립감을 심화시키고 정신건강 악화와 자살 위험 증가의 주요 배경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서로를 살리는 관계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심리·정서적 위기 완화, 정서적 고립 해소, 의사소통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서로를 살리는 관계학교’의 교육 내용에는 중장년의 심리·사회적 특성과 외로움을 느끼는 과정, 관계 형성 기술 4가지와 역할 시연, 생명지킴이 교육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타 연령층보다 대화에 취약한 중장년을 위한 관계 형성의 팁을 배울 수 있다. ‘서로를 살리는 관계학교’는 전통적인 강의식 교수법이 아닌 참여자가 ‘관계’를 잘하기 위한 대화 역할 시연, 워크숍 등 참여자 중심 활동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중장년 자살 사망의 강력한 위험 요인이자 보호 요인인 ‘관계’를 중심으로 대화 기술을 습득하고, 건강한 관계 형성 및 실천함으로써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한다.
상반기 운용 결과, 참여자들은 높은 만족도를 표명했다. 한 50대(여) 참여자는 누군가 자살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서로를 살리는 관계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중장년 시기에 겪을 수 있는 외로움과 심리적 어려움에 대해 알고 상대에 대한 경청과 서로 소통에 대한 강의까지 받게 되니 삶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이런 프로그램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40대(여) 참여자는 자살에 대해 주의 깊게 생각해볼 수 있었고, 주변뿐만 아니라 자신을 돌보고 자살예방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소감을 통해 자살에 대한 인식개선과 효과성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 측은 ‘서로를 살리는 관계학교’는 중장년 자살률 감소의 실질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지역과 기관을 참여시켜 중장년 자살예방 프로그램의 롤 모델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시니어신문 강은서 기자] eunseo@ksenio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