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는 어느 날 갑자기 오지 않는다, ‘미뤄둔 선택’이 쌓였을 뿐이다
노년기에 접어든 뒤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실패’가 아니다. 바로 후회다.
그 후회는 대개 큰 사고나 극적인 선택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아무 결정도 하지 않았던 시간, 미뤄두고 지나쳤던 생활 선택에서 생겨난다. 시니어 상담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후회의 유형을 보면 공통점이 분명하다. “그땐 정말 몰랐다”는 말 뒤에는, 사실 알아볼 기회가 있었지만 지나쳤던 순간이 숨어 있다.
첫 번째 후회는 건강 관리 자체가 아니라, 건강을 ‘나중 문제’로 밀어둔 선택이다. 많은 시니어가 직장과 자녀, 생계를 이유로 자신의 몸을 우선순위에서 제외해왔다. 정기검진을 미루고, 통증이 생겨야 병원을 찾는 습관은 젊을 때는 버틸 수 있었지만 노년기에는 그대로 한계로 돌아온다. 이 후회의 핵심은 병이 아니라 미리 알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쳤다는 점이다.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이라는 말이 가장 많이 나온다.
두 번째 후회는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돈을 들여다보지 않았던 태도다. 연금이 있으니 괜찮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 “아직은 버틸 수 있다”는 안일함은 생활비 구조 점검을 미루게 한다. 실제로 많은 시니어가 은퇴 후 몇 년이 지나서야 고정지출 규모를 정확히 파악한다. 그때는 이미 줄일 수 있는 선택지가 적어져 있다. 이 후회는 소득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의 문제다.
세 번째 후회는 인간관계다. 노년기에 관계는 위안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큰 소모가 되기도 한다. 많은 시니어가 “왜 그때 관계를 정리하지 못했을까”를 후회한다. 관계를 잃은 것이 아니라, 불편한 관계를 끌고 온 선택이 남긴 피로 때문이다. 노년기의 관계는 넓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회복을 주는 관계만 남겨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네 번째 후회는 집과 생활 환경이다. 오래 산 집은 편안하지만, 노년기에는 위험 요소가 숨어 있다. 계단, 욕실, 문턱, 조명 같은 작은 요소를 “살던 대로” 방치한 결과가 사고로 이어진다. 사고 이후에 집을 고친 시니어들은 거의 같은 말을 한다. “이걸 왜 미리 안 했을까.” 이 후회는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우선순위의 문제다.
다섯 번째 후회는 배움과 준비를 너무 늦게 시작한 것이다. 배우지 못한 것이 아니라, “이 나이에 무슨…”이라는 생각으로 기회를 스스로 접어둔 선택을 후회한다. 배움은 취미가 아니라 노년기의 안전망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이 다섯 가지 후회는 하나로 모인다. 큰 실수보다, 작은 선택을 계속 미뤘다는 점이다. 노후의 후회는 운명이 아니라, 생활 선택의 누적이다.
[한국시니어신문 강은서 기자] eunseo@ksenior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