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니어신문] 경기도 성남의 김씨 할머니(80세)는 틈날 때마다 동네를 순례한다. 폐지를 수거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레에 종이를 모았지만 힘에 부쳐 카트를 이용한다. 빈 소주병이 보이면 김씨 할머니는 횡재를 만난 느낌이다. 한 병에 100원으로 같은 무게 폐지보다 값을 많이 쳐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씨 할머니가 빈 병을 팔러오던 편의점에 여러 날 나타나지 않자 편의점 주인은 걱정이 되어 그녀를 수소문했다. 그때가 지난해 여름이었다. 할머니는 연립주택의 반지하 방에서 앓고 있었다. 편의점 주인은 119와 행정복지센터에 연락했고 김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회복되었다. 그리고 김씨 할머니는 주위의 도움으로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 사업의 혜택을 받게 되었다.

◇ 돌봄 서비스는 독거노인의 보호망
“종이상자를 가져가거나 빈 병 팔러 오는 노인들이 몇 있는데 며칠 보이지 않으면 ‘혹시나’ 해요. 재작년인가 그런 노인 한 명이 죽은 지 사흘 만에 발견됐잖아요. 그 후로 동네 노인들 안부 챙기는 게 아침 일정이에요.”
통장이기도 한 편의점 주인이 김씨 할머니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생계, 의료, 주거 급여 혜택을 받는다. 남편은 사별한 지 오래였고 아들은 부양 능력이 없는데다 소식 끊긴 지 오래라고 했다.
김씨에게 복지의 보호망이 필요했다. 행정복지센터 담당 직원은 김씨 할머니에게 해당하는 여러 지원사업을 비교해 보았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요양등급 받기 어려울 것 같아서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를 신청하게 되었다.
사업 신청은 본인이나 친족 등 대리 신청자가 할 수 있다. 때로는 이웃 등 ‘이해관계인’이 신청할 수도 있다. 서류 작업도 많고 절차가 간단하지는 않아서 대개 본인보다는 친족이 대리로 신청한다. 하지만 김씨 할머니는 대리로 신청할 가족이 없어서 행정복지센터에서 직권으로 신청했다.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 사업은 김씨 할머니처럼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권 노인들이 대상이다. 다만 ‘유사·중복사업’의 혜택을 받는 노인은 제외된다. 김씨 할머니도 유권해석을 받아야 했다.
“할머니께서 지역 복지 기관의 독거노인 도시락 배달 서비스를 받고 있었는데요. 이를 노인 돌봄 유사 사업으로 볼 수도 있어서 감독기관에 문의했었어요. 다행히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서 신청을 진행할 수 있었지요.”
김씨 할머니를 담당했던 행정복지센터 담당 직원은 유사·중복사업 때문에 혜택을 받지 못하는 노인들이 많다고 했다. 유사·중복사업에는 ‘노인장기요양보험’, ‘가사・간병 방문지원사업’ , ‘보훈재가복지서비스’, ‘장애인 활동지원 사업’ 등이 있다.
이때 부부 세대는 자격을 분리해 심사한다. 예를 들어, 남편이 장기요양보험의 방문요양서비스를 받고 있어도 부인이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 혜택이 필요하다면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만약 ‘중점 돌봄군’으로 선정된다면 부부의 생활 공간 등을 고려해서 일상생활 지원 서비스의 제공 범위 및 횟수가 정해진다고.
김씨 할머니는 지난해 가을에 ‘일반 돌봄군’으로 선정되어 월 16시간 미만의 직접 서비스를 받고 있다. 지역 복지기관 소속 생활지원사가 주 1회 이상 김씨 할머니 집을 방문하거나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하고 건강 이상 유무도 확인한다.
“어르신들이 제일 필요로 하는 것은 말벗이에요. 무료한 일상에 큰 자극제가 되고 있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김씨 할머니가 점점 무기력해지는 것 같아서 새로운 서비스가 필요한 것 같아요.”
김씨 할머니를 방문하는 생활지원사는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의 ‘특화서비스’를 언급했다. 사회적 고립을 겪고 우울증 발생 위험이 큰 노인을 특별 관리하는 프로그램이다. 고독사 및 자살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이 프로그램에 등록된 노인들은 ‘은둔형’과 ‘우울형’으로 분류해 관리한다.
은둔형은 ‘가족, 이웃 등과 관계가 단절되어 있으면서, 민・관의 복지지원 및 사회안전망과 연결되지 않은 만 65세 이상의 노인’을, 우울형은 ‘정신건강 문제로 인해 일상생활 수행의 어려움을 겪거나, 가족・이웃 등과의 관계 축소 등으로 자살, 고독사 위험이 높은 만 65세 이상의 노인’을 말한다.
김씨 할머니는 심한 우울 증세를 보인다고. 신체적 건강 상태에 비해 무기력한 것 또한 우울증 증상으로 볼 수 있다. 생활지원사는 김씨 할머니를 ‘특화서비스’에 등록해 전문 상담 등을 받게 할 예정이다.
그런데 김씨 할머니의 이웃들은 돌봄 서비스도 좋지만 요즘 치매 증상까지 보이는 김씨에게 다른 복지 서비스가 필요한 것은 아닌지 걱정했다. 요양시설 입소 등과 같은. 하지만 이는 다른 사업이고 신청한다고 하더라도 유사 사업이나 중복사업에 해당하거나 기존 혜택의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홀로 사는 노인이 늘어나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와 전망
복지부가 2022년에 낸 노인복지 정책 자료를 보면, ‘주 1회 이상 친구나 이웃 왕래’가 2008년 75.7%에서 2020년 69.4%로, ‘주 1회 이상 가까운 친인척 방문’이 2008년 10.7%에서 2020년 4.7%로, ‘주 1회 이상 자녀 왕래’가 45.8%에서 2020년 16.9%로 줄어들었다. 물론 코로나19 여파가 있겠지만 사회관계는 물론 가족 관계도 줄어드는 추세를 보여준다.
그리고, ‘노년기에 자녀와 동거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묻는 설문에 2008년에는 32.%가 ‘그렇다’고 대답했고, 2015년에는 15.2%가 2020년에는 12.8%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같은 자료에서 지난해 우리나라 독거노인은 167만명이었고, 2035년에는 313만명이 될 전망이다.
이는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인간관계가 줄어드는 추세는 물론 홀로 사는 노인 인구도 함께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준다. 복지부가 집계하고 추산한 이 모든 통계와 전망은 취약 계층 노인을 위한 복지 서비스가 필요함을 설명하고 있다.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 사업도 그중 하나로 '기초생활급여' 제도와 함께 경제 능력이 없는 노인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하지만 유사·중복사업 제한으로 한 가지 지원사업만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면, 장기요양 혜택을 받을지 돌봄 서비스를 받을지 등.
노인 돌봄 사업은 15년 된 사업이다. 그동안 여러 유사한 사업이 여러 이름으로 동시에 진행되어 오다가 지난 2020년부터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라는 하나의 사업으로 종합해 진행하고 있다. 이는 여러 사업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최적화하여 수정해왔다는 것이다.
김씨 할머니 사례처럼 하나의 지원사업이 아니라 여러 사업의 중복 혜택이 필요한 취약 계층 노인도 많은 현실이다. 돌봄 서비스의 세분화와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시니어신문 강대호 시니어 전문기자] dh9219@ksenio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