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니어신문] 코로나19 장기화로 바깥 활동이 위축되고 사회적 교류가 줄면서 어르신들의 신체‧인지 기능이 저하되고 노인 우울증도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인지능력이 감퇴하면 치매가 빨리 진행될 수 있다. 2025년 인구 20%가 노인인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상황에서, 어르신들이 학습‧적응 능력이 남아 있을 때 외부 활동을 통해 감각을 유지하고 습관화하는 것이 치매 예방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울시가 어르신들이 일상에서 신체‧정서‧사회적 건강을 키울 수 있는 공간디자인 ‘100세 마당’을 개발하고, 송파노인종합복지관에 첫 적용했다. 오세훈 시장은 13일(화) 14시30분 송파노인종합복지관에 조성된 ‘100세 마당’을 찾아 현장을 둘러보고 확대‧발전방안을 모색한다.
‘100세 마당’은 어르신들이 매일 방문하는 복지관 앞마당이나 동네공원 같은 생활권 안에 생활근육을 키우는 운동기구, 인지건강 프로그램 등을 적절히 배치해 어르신들이 매일, 쉽게 이용하며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어르신들이 요양시설‧요양병원 입소를 늦추고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고령친화적 환경’을 조성한다는 취지다.
특히, 생활권 내 작은 공간에도 설치될 수 있도록 ‘보급형’ 디자인으로 개발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시는 2014년부터 추진해온 ‘인지건강 디자인 사업’을 통해 개발한 77종의 인지건강 아이템(주택형, 아파트형, 공원형 등)에 대해 공간디자이너, 의사, 특수체육 전문가, 사회복지사 등의 자문을 거쳐 적용 가능한 아이템을 추리고, 보완‧발전시켰다.
서울시는 어르신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치매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014년부터 ‘인지건강 디자인 사업’을 추진해왔다. 어르신의 일상에 필요한 세 가지 필수자극인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자극 중 한 가지라도 결여되면 치매가 빨리 올 수 있다는 연구 결과참고자료 : 치매관련 호주 정부 정책(Gardens that Care: Planning Outdoor Environments for People with Dementia), 관련논문 다수(What Is the Impact of Using Outdoor Spaces Such as Gardens on the Physical and Mental Well-Being of Those With Dementia? A Systematic Review of Quantitative and Qualitative Evidence 등)
에 근거했다. 어르신이 학습 및 적응 능력이 남아 있을 때 외부활동을 통해 이러한 감각을 유지하고 습관화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미다.
송파노인종합복지관에 조성된 ‘100세 마당’은 복지관 실외공간에 200㎡ 규모로 마련됐다. 건강 테마에 따라 3개 코스(①신체강화 ②정서힐링 ③사회교류) 총 14가지 디자인 아이템으로 구성됐다.
첫째, 신체강화를 위한 코스는 운동을 통해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근육을 강화시킬 수 있도록 어깨근력 강화 운동, 손가락 운동, 바른자세 운동, 맨손체조 등 4종의 운동기구로 구성돼 있다. 또한, 복지관 내‧외부 공간을 활용한 인지건강 코스도 만들어 어르신들이 매일 다른 코스를 돌며 자신만의 건강 습관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운동기구는 운동방법, 적정시간, 횟수 등을 그림문자(픽토그램)와 큰 글씨로 표시한 안내표지판을 일체형으로 설치해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운동기구가 사용법이 잘 보이지 않아 어르신들이 부상 위험이 있다는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또한 운동을 꾸준히 하면 계단오르기, 휴대폰 버튼 누르기, 가사일 등에도 도움이 된다는 내용을 알려줌으로써 어르신들이 집에 돌아가서도 일상생활을 잘 수행할 수 있다는 동기를 부여하고자 했다.
둘째, 정서힐링을 위한 디자인으로는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원예프로그램과 연계한 화단, 어르신들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갤러리, 24절기의 추억을 소환하고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24절기 기억안내사인, 날짜와 시간을 알려주는 인지시계 등이 설치됐다.
복지관 프로그램을 통해 제작된 결과물을 지역주민들과 공유함으로써 자존감도 높이고, 이웃과의 상호작용 기회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사회교류를 위한 디자인으로는 어르신들이 공연할 수 있는 작은 무대와 의자, 윷놀이‧사방치기 같은 추억의 놀이를 할 수 있는 바닥그림 등이 있다. 특히, 무대는 설치되자마자 복지관 어르신들의 공연 신청이 쇄도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고 시는 전했다.
송파노인종합복지관은 ‘100세 마당’의 설치‧운영 효과를 높이기 위해 어르신이 어르신을 돌보는 개념의 ‘인지건강 리더’ 1기 13명을 양성했다. 어르신 눈높이에 맞게 사용방법을 안내해 운동효과를 높이고, 상호공감을 통해 어르신들의 우울감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지건강 리더’에 참여 중인 한 어르신은 “처음에는 나를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시작했지만 남을 위해서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좋은 것 같다. 리더에 대한 부담감이 크지만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서울시는 송파노인종합복지관에 이어, 내년 3월까지 추가 4개소(금천노인종합복지관, 노원노인종합복지관, 마포시니어클럽, 서초잠원근린공원)에 ‘100세 마당’을 조성할 계획이다.
아울러, ‘100세 마당’ 디자인을 오세훈 시장의 공약사업인 ‘어르신 놀이터’와 연계해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어르신 놀이터’ 사업은 현재 가이드라인 수립 중으로, ‘100세 마당’ 디자인을 가이드라인에 반영해 자치구에 배포할 예정이다.
[한국시니어신문 김다은 기자] daeun@ksenio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