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니어신문] 잉여(剩餘, surplus)란 쓰고 난 후 남은 것을 말합니다. 나머지라고도 하지요. 잉여인간이란 사회에서 어떤 역할도 맡지 못하고 누구도 필요로 하지 않는 인간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단어는 21세기 들어 생긴 신조어로 대부분 알고 있지만 잉여와 비슷한 단어인 룸펜(lumpen)은 19세기부터 엥겔스, 헤겔 그리고 니체 등에 의해 심심찮게 쓰이던 단어입니다.
잉여는 다른 말로 쓸데없음이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세상에 잉여인간은 없습니다. 다만 자신이 잉여인간이라고 자조하는 사람만 존재할 뿐입니다. 잉여인간을 흉내 내어 하는 행동을 잉여 짓이라고 합니다. 아무 보상도 없어 보이는 잉여 짓이지만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은 먼저 자신이 행복감을 느끼고 다른 사람에게 웃음을 선사하거나 즐거움을 줍니다. 대표적인 잉여 짓으로는 ‘미스터빈'이나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 등이 있죠.
지구상에 80억 인구가 있지만 결코 잉여인간은 없습니다. 신이 인간을 세상에 태어나게 했을 때는 각자 나름대로 어떤 목적이 있어서입니다. 젊은 날 열심히 일하고 퇴직을 한 후 많은 시니어들이 이제는 자신이 할 일을 마쳤다고 하며 스스로 잉여인간이라고 자신을 규정합니다.
◇ 살아 움직이는 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살아 움직일 수 있는 동안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습니다. 굳이 돈을 버는 일을 하지 않더라도 가족과 사회와 국가를 위해 얼마든지 봉사할 수 있으며 다음 세대를 위해 육아에 전념할 수도 있습니다. 필자가 알고 지내는 선배 한 분은 얼마 전 처음 만나 무엇을 하는 분이냐고 물으니 직업이 할아버지라고 했고 또 다른 한 분은 직업이 아들이라고 했습니다. 손자 손녀를 돌보는 일이 직업이며 늙으신 어머니를 모시는 일이 직업이라고 한 것입니다.
물론 두 가지 모두 한시적인 일이긴 하지만 우리 모든 시니어들에게는 매일 할 일이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난주 바른경제동인회 30주년 기념회에서 다시 만난 1920년생 김형석 교수는 지금도 매일 할 일이 있답니다. 신문에 칼럼을 쓰고 강연을 합니다. 그는 30분 정도의 특별 강연에서 인간에게는 할 일이 있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할 일은 우리 모두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가치를 느끼도록 한다는 뜻입니다. 동석했던 언론사 출신 선배 한 분은 퇴직한 지 꽤 오래됐는데 며칠 후 필자에게 연락이 와서 자신도 김 교수처럼 다시 할 일을 찾아야겠다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시니어들이 일상에서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은 모두 보람과 가치 있는 일입니다. 가족에게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전수해 주고 가까운 이웃을 위해 주변에서 무엇으로 봉사할 것인가를 찾으면 됩니다.
◇ 긍정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데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일찌감치 단정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건강한 삶은 육체보다 먼저 정신적으로 긍정의 태도가 필요합니다. 나이 들면서 비록 육체적으로는 시나브로 쇠하여지지만 정신은 적어도 100세까지도 활발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오래 사는 것이 목표가 아닐지라도 사는 날 동안 정신과 육체가 모두 건강하게 살아가는 비결은 바로 잉여인간이 아니라 쓸모인간이 되는 것입니다.
가족에게나 사회에 조금이라도 쓸모 있는 인간이 되려면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려는 이타심이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존재 목적이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라면 더욱더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가꾸는 노력을 하게 됩니다. 단언컨대 세상에 잉여인간은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쓸모인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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