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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시니어는] 저소득층 노인들의 발목 잡는 '부양의무제'

생계가 곤란하고 가족이 해체된 것을 공인받아야 하는 현실의 무게

[한국시니어신문] 지난 2020년 말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60대 여성이 숨진 지 반년 만에 발견된 일명 ‘방배동 모자 사건’이 그것이다. 

 

숨진 60대 여성은 생활고에 시달렸지만, 이혼 후 소식 끊긴 전남편이 부양의무자로 있다는 이유로 복지 혜택을 받지 못했다. 게다가 30대 발달장애인 아들은 어머니 시신을 수습하지 못하고 오래도록 방치해 세상에 충격을 주었다. 부양의무제의 사각지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 부양의무제, 가족에 의한 부양을 더 우선시하는

 

만약 한 가구의 소득이 국가가 정한 기준선에 미달하는 빈곤층이라면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할 수 있다. 그 심사에 통과한 빈곤층은 등급에 따라 생계, 의료, 주거, 교육의 ‘기초생활 급여’를 받게 된다. 

 

물론 심사 기준은 까다롭다. 생계가 곤란한 데다 재산과 소득이 기준에 맞아야 하고 근로 능력도 없어야 한다. 이 기준을 충족한다 해도 발목을 잡는 요인이 있다. 가족이다. 

 

만약 신청자의 배우자나 자녀 등이 생존하고 있는데 그들의 수입이 국가가 정한 기준을 넘어선다면 수급 자격이 없다. 아무리 인연을 끊고 산다고 해도, 남보다 못한 관계가 되었다고 해도 소용없다. 법률로 명시한 ‘부양의무제’ 때문이다.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제도인 ‘기초생활 급여’는 '기초생활보장법'에 근거한다. 그런데 이 법 제3조 ‘급여의 기본원칙’ 2항에 '부양의무자의 부양과 다른 법령에 따른 보호는 이 법에 따른 급여에 우선하여 행하여지는 것으로' 하고, 다만 '다른 법령에 따른 보호의 수준이 이 법에서 정하는 수준에 이르지 아니하는 경우에' 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나와 있다. 

 

'기초생활보장법' 법에서 언급한 다른 법령인 민법 제974조의 ‘부양의무’ 항목에는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간' 그리고 생계를 같이 하는 '기타 친족간'에 부양의무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 복잡한 말들은, 기초생활 수급 신청자에 대한 부양 책임의 1순위는 가족이나 친족에게 있고, 이들의 경제 수준이 '기초생활보장법'에서 명시한 기준에 미달해야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족쇄가 된 부양의무제

 

가족 때문에 기초생활 급여 신청에서 탈락했다거나 수급 자격이 취소됐다는 글을 온라인상에서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어느 노인이 생계가 곤란해서 급여를 신청했는데 아직 법적 배우자가 살아있는 경우나 소식을 끊고 사는 자녀가 있는 경우다. 물론 이들 가족의 재산이나 수입이 일정 수준을 넘어섰을 게 분명하다. 

 

수급 신청자의 최저 소득 기준은 1인 가구의 경우 월 58만 원이다. 신청자의 소득이 이 기준에 맞아도 부양의무를 가진 가족의 재산이나 수입이 법적 기준을 넘어선다면 기초생활 급여 중 생계와 의료 급여를 받을 수 없다. 다만 주거급여는 받을 수 있다.

 

지난 5일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부양의무자 등의 이유로 지난 1년간 4만3,329가구가 생계급여와 의료 급여를 받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까다로운 수급 기준 탓에 기초생활 보장제도의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부양의무제는 가족이나 친족에게 일정 재산이나 소득이 있으면 아무리 인연을 끊고 살아도 생계급여나 의료 지원 등 정부의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만든다. ‘부양의무제’가 저소득층 노인들의 복지 혜택을 막는 족쇄로 작용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 생계 곤란과 가족 해체를 입증해야 하는 현실

 

한편, 저소득층 노인들이 기초생활 급여를 신청할 때 관련 서류를 준비하고 사실관계까지 입증해야 하는 현실은 급여 신청을 막는 장치로 기능하기도 한다. 

 

만약 기초생활 급여를 받는 노인이 있는데 그와 소식을 끊고 사는 아들의 재산이 기준을 넘어간다면 어떻게 될까? 급여가 취소되거나 아니면 새로운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가족관계 해체 및 부양거부·기피 사유서’라는 긴 문장의 서류. 

 

그런데 이 서류는 이름만큼이나 신청자에게 상처를 준다. 가족 해체 시점이나 그 사유를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게다가 부양의무가 있는 가족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고 압박하는 문구까지 있다.

 

서류 하단에 '생활보장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가족의 부양 기피 사유가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 지금까지 지원받은 수급비를 가족에게 징수할 수 있다'는 내용이 적힌 서류에 서명해야 한다. 가족을 '부양 의무 불이행자'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는 문구다.

 

 

 

만약 이를 본 부모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아마도 많은 부모가 이 조항에서 머뭇거리다 포기하지 않을까? 아무리 생계 곤란에 허덕이는 노인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 폐지된다던 부양의무제 지금은

 

지난해 9월 보건복지부는 기초생활 급여 중 생계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2018년에 부양의무자 기준을 없앤 주거급여와 달리 생계급여는 그동안 연 소득 1억 원 이상, 재산 9억 원 이상인 부양의무자가 있으면 제외한다는 단서가 발목을 잡고 있었다. 

 

그런데 발표와 달리 완전 폐지는 아니고 우선 노인과 장애인, 한부모가구 등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 대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없앴다. 하지만 ‘의료 급여’에서는 아직 부양의무제가 적용되고 있다. 고령의 저소득층에게 병원 문턱이 높다면 복지라는 우산의 바깥에서 비를 맞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부양의무제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도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정책과 제도는 없다. 다만 시대와 사회 통념에 맞춰 정책과 제도를 점차 바꿔나가는 것이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저소득층에게 국가의 복지 정책은 버팀목으로 작용한다. 특히 경제력을 상실한 노인들에게 복지는 생존의 마지막 보루이기도 하다. 그중 하나가 ‘기초생활 급여’인데 ‘부양의무제’가 발목 잡는 현실을 정부와 관계 기관은 똑바로 바라봐야 한다. 가족관계 해체와 부양의 문제를 소득이나 재산의 잣대로 평가해 사각지대가 생긴 것을.

 

복지는 다수의 현실을 기초로 하면서 소수의 사례를 보완하는 방향이 될 때 공정하다고 국민들이 여길 게 분명하다. 

 

[한국시니어신문 강대호 시니어 전문기자] dh9219@ksenio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