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니어신문] 우리 세대는 참으로 기구한 시절을 살아왔습니다.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의 포화 속에서 태어나거나, 그 잿더미 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오늘 먹을 것이 있는가"를 먼저 걱정해야 했던 세대. 나눔이란 사치스러운 개념이 아니라, 나누고 나면 내 것이 줄어드는 두렵고 아픈 현실이었습니다. 그러니 "모아야 산다, 아껴야 산다"는 생존의 문법이 우리 몸 깊숙이 새겨진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지요.
그런데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가 인정하는 선진국(developed country)이 되었고, 우리 시니어 세대는 그 기적을 두 손으로 일군 주인공들입니다. 이쯤에서 한 번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물어볼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쌓고 있는가?"
풍요(豊饒)란 무엇인가···Abundance의 진짜 의미
많은 분들이 풍요를 'more'의 문제라고 생각하십니다. 통장 잔고가 더 많으면, 자식에게 더 많이 물려주면, 집이 더 크면 풍요롭다고. 그러나 저는 감히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풍요란, 가진 것의 크기가 아니라 마음의 넉넉함입니다.
하버드 대학교의 행복연구소(Harvard Study of Adult Development)는 무려 80년에 걸쳐 한 가지 결론을 내렸습니다. 인생을 가장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재산도, 명예도 아닌 '관계의 질(quality of connection)'이라고. 그리고 그 관계를 깊고 따뜻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열쇠가 바로 나눔입니다.
나눔은 주는 행위가 아닙니다. 나눔은 연결(connection)입니다. 내가 가진 것의 일부를 건네는 순간, 나와 상대 사이에 보이지 않는 다리가 놓입니다. 그 다리 위를 기쁨이 오가고, 감사가 오가고, 결국 그 기쁨과 감사는 배가 되어 다시 나에게 돌아옵니다. 이것이 나눔의 역설(paradox of giving)입니다. 줄수록 더 채워지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짜 풍요가 아닐까요.
시니어의 나눔, 세 가지로 시작해 볼까요.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우리 시니어들은 어떻게 나눔을 실천할 수 있을까요?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대단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 내가 가진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하면 됩니다.
첫째, 경험(experience)을 나누십시오. 수십 년을 살아오며 쌓아온 여러분의 삶 자체가 이미 훌륭한 자산입니다. 실패한 사업 이야기도, 자식 키우며 울었던 밤도, 위기를 넘긴 지혜도 - 그 모든 것이 누군가에게는 교과서에서 배울 수 없는 살아있는 강의입니다.
70대의 한 퇴직 엔지니어는 동네 도서관에서 청소년들에게 매달 한 번 '실패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습니다. 거창한 강연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자신이 겪었던 좌절과 그것을 어떻게 버텼는지를 솔직하게 이야기한 것뿐이었지요. 그런데 어느 날 한 청년이 찾아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이야기를 듣고 포기하려던 꿈을 다시 잡았습니다." 그 순간, 이 시니어는 말씀하셨습니다. "그 순간이 내 인생 전체를 통틀어 가장 부유한 순간이었다"고.
둘째, 시간(time)을 나누십시오. 은퇴 이후 시니어에게 가장 풍부한 자원은 바로 시간입니다. 돈이 없어도, 건강이 완벽하지 않아도, 시간만큼은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이 주어집니다.
그 시간 중 단 두 시간을 누군가를 위해 사용한다면 어떨까요? 혼자 사는 이웃 노인의 말벗이 되어 드리는 것, 손주들에게 옛이야기와 지혜를 전해주는 것, 지역 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의 숙제를 도와주는 것. 이 모든 것이 나눔입니다. 시간을 나눈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합니다. "오히려 내가 더 많은 것을 받았다"고.
셋째, 마음(heart)을 나누십시오. 나눔의 가장 근본적인 형태는 사실 물질도, 시간도 아닙니다. 바로 따뜻한 말 한마디, 진심 어린 눈빛, 먼저 건네는 미소입니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경비원 아저씨에게 건네는 이 한마디가 나눔입니다. "덕분에 잘 지냅니다." 오랫동안 연락 못 한 친구에게 보내는 문자 한 통이 나눔입니다. 마음을 나누는 데는 돈도, 체력도, 특별한 준비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오직 '먼저 손을 내밀겠다'는 결심 하나면 충분합니다.
늦은 것이 아닙니다, 지금이 바로 때입니다
우리 세대가 나눔에 익숙하지 않은 것은 게으름이나 인색함 때문이 아닙니다. 살아남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했던 시대적 환경이 그렇게 만든 것입니다. 그러니 자책하실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다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우리에게는 더 이상 '생존'이 아닌 '의미(meaning)'를 찾을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나눔은 그 의미를 가장 빠르고 깊게 채워주는 길입니다.
내가 가진 것이 적어도 괜찮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보잘것없어 보여도 괜찮습니다. 나눔의 크기는 물질의 양으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진심을 담아 건넨 작은 나눔 하나가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고, 나아가 그 기쁨이 메아리처럼 되돌아와 여러분의 가슴을 채울 것입니다. 그 순간, 비로소 깨닫게 되실 것입니다. 나눔이 곧 풍요라는 것을.
"The meaning of life is to find your gift. The purpose of life is to give it away." - 파블로 피카소
삶의 의미는 내 재능을 발견하는 것이고, 삶의 목적은 그것을 나누는 것입니다. 우리 시니어들이야말로, 이제 그 목적을 가장 아름답게 실현할 수 있는 자리에 서 있습니다.
※ 외부 필자의 칼럼 및 기고 등은 한국시니어신문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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