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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상의 시니어 칼럼] 시니어의 경제학_ 돈보다 시간

인생의 진짜 화폐는 '원'이 아니라 '초'다

정은상 맥아더스쿨 교장

 

우리는 평생을 '더 많이 소유하기 위해' 달려왔습니다. 젊은 시절의 경제학은 명쾌했습니다. 자신의 노동력과 시간을 팔아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었죠. 하지만 머리칼에 서리가 내려앉은 시니어가 된 지금, 우리가 신봉해 온 이 경제 법칙은 거대한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이제 우리의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뤄야 할 종목은 '은행 잔고'가 아니라 '남은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왜 시니어에게 시간은 돈보다 중요한가?

 

경제학에는 '희소성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자원의 공급이 적을수록 그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갑니다. 20대에게 시간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무한해 보이는 자원이지만, 시니어에게 시간은 매일 조금씩 줄어드는 '한정판 자산'입니다.

 

우리가 흔히 범하는 치명적인 오류 중 하나는 은퇴 후에도 '돈을 버느라 시간을 쓰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는 점입니다. 평생 몸에 밴 근검절약 정신은 때로 독이 되기도 합니다. 단 몇 천 원을 아끼려고 왕복 두 시간이 걸리는 먼 시장을 찾아가거나, 몸이 고된 줄 알면서도 소액의 수입을 위해 하루 종일 에너지를 쏟는 행동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계산해 봅시다. 70대의 한 시간과 20대의 한 시간은 기회비용 측면에서 완전히 다릅니다.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는 '건강 수명'을 고려하면, 시니어의 한 시간은 그 어떤 고금리 상품보다 높은 프리미엄이 붙은 '초고가 자산'입니다. 젊은이는 돈을 잃어도 다시 벌 기회가 있지만, 시니어가 오늘 무의미하게 흘려보낸 한 시간은 전 우주의 재산을 다 줘도 결코 되살릴 수 없습니다.

 

우리가 돈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밑바탕에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 깔려 있습니다. 그러나 그 불안 때문에 정작 '현재의 가치'를 희생시킨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남는 게 없는 적자 경영입니다. 이제는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을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풍요롭게 쓰기 위해 돈을 도구로 활용하는' 발상의 전환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시간을 가치 있게 경영하기 위한 3가지 제언

 

인생의 후반전, 한정된 '시간 자본'을 가장 수익률 높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생활 방식을 과감히 구조조정해야 합니다.

 

첫째, 기꺼이 '돈으로 시간을 사라'

 

젊었을 때는 돈이 부족하고 시간이 많았기에 몸으로 때우는 것이 미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반대가 되어야 합니다. 가사 노동, 복잡한 이동, 단순 반복적인 일들에 소중한 체력과 시간을 쏟지 마십시오.

 

편의를 위한 지출은 투입 대비 산출이 높습니다: 무거운 짐을 들고 뙤약볕 아래 버스를 기다리는 대신 택시를 타는 것, 몇 시간씩 걸리는 힘든 집안일 대신 가전제품의 도움을 받거나 전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사치가 아닙니다. 그것은 '나의 자유 시간'을 구매하는 현명한 투자입니다.

 

체력을 비축하여 고부가가치 활동에 쓰세요: 그렇게 아낀 시간과 에너지를 당신이 정말 평생 해보고 싶었던 일, 예를 들어 악기를 배우거나, 여행을 떠나거나, 손주의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에 투자하십시오. 이것이 시니어 인생에서 가장 수익률 높은 경제 활동입니다.

 

둘째, '관계의 ROI(투자 대비 효율)'를 냉정히 따져라

 

 경제학의 ROI(Return on Investment) 개념은 인간관계에도 적용됩니다. 시니어의 시간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은 바로 '누구와 함께 있느냐'입니다.

 

인맥의 다이어트가 필요합니다: 체면 때문에 억지로 나가는 모임, 만나고 나면 에너지만 뺏기고 기를 빼앗기는 사람, 과거의 영광만 무한 반복하는 지루한 술자리에 당신의 금쪽같은 시간을 배분하지 마십시오.

 

감정적 자산을 키워주는 관계에 집중하세요: 나를 진심으로 웃게 만드는 사람, 새로운 배움을 주는 친구, 사랑하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감가상각이 없는 영원한 자산입니다. '시간의 질'은 당신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군가에 따라 결정됩니다. 이제는 넓은 인맥이라는 허상보다, 깊고 따뜻한 관계라는 실리를 챙길 때입니다.

 

셋째, '거절'이라는 견고한 방어막을 구축하라

 

우리는 평생 사회적 동물로서 타인의 부탁이나 조직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해 자신의 시간을 저당 잡히곤 했습니다. 하지만 시니어 시간 관리의 핵심은 '해야 할 일'을 찾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아도 될 일'을 단호하게 덜어내는 데 있습니다.

 

자신만의 시간표를 최우선으로 사수하세요: 남들이 하자고 해서 마지못해 하는 일 말고, 내 영혼이 진심으로 원하는 일로 하루의 여백을 채워야 합니다.

 

거절은 무례가 아니라 자기 존중입니다: 누군가의 부탁을 들어주느라 정작 내가 쉬어야 할 시간을 뺏긴다면, 그것은 내 인생의 소중한 자본을 타인에게 무상으로 기부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제는 내 시간이 좀 귀해서요"라고 웃으며 정중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내가 내 시간의 주인이 될 때 비로소 노년의 품격이 완성됩니다.

 

마지막 성적표는 '잔고'가 아니라 '기억'이다

 

인생이라는 긴 항해의 끝에서 우리가 마주할 마지막 성적표는 통장에 찍힌 숫자가 아닙니다. 우리가 그 귀한 시간을 누구와, 어떤 감정으로, 얼마나 밀도 있게 보냈는지에 대한 '기억의 총합'입니다.

 

돈을 더 벌기 위해 건강을 해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오늘 오후 창가로 스며드는 따스한 햇살 아래서 차 한 잔을 즐기며 읽고 싶었던 책을 읽는 소중한 시간이 당신의 인생을 훨씬 더 부유하게 만듭니다.

 

시니어의 경제학은 아주 단순하고 명료합니다. 돈은 수단일 뿐이며, 시간이야말로 궁극적인 목적입니다. 더 이상 수단을 위해 목적을 포기하는 우를 범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남은 시간은 그 어떤 다이아몬드보다 빛나고, 그 어떤 금괴보다 무겁습니다. 오늘부터 그 귀한 시간을 당신 자신을 위해, 가장 아름답고 사치스럽게 소비하시길 바랍니다. 당신은 그럴 자격이 충분합니다.


 

※ 외부 필자의 칼럼 및 기고 등은 한국시니어신문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국시니어신문] news@ksenio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