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디스크 수술이 아니라 정확한 분류와 관리다”
허리 통증은 시니어에게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해결되지 않는 고질병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요통과 추간판 질환은 매년 외래 진료 상위권을 차지한다. 하지만 치료를 받아도 “결국 다시 아프다”는 호소가 끊이지 않는다. 국제 의학계는 그 원인을 치료 기술의 부족이 아닌, '구조 중심의 오진'과 '관리 체계의 부재'에서 찾고 있다.
요통은 병명이 아니라 증상이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과 미국내과학회(ACP)의 요통 가이드라인은 공통된 출발점을 가진다. “만성 요통 환자의 약 85~90%는 특정 구조적 병변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 비특이적 요통(Non-specific LBP)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즉, 디스크(추간판 탈출)라는 진단명은 통증의 일부분일 뿐, 전체 원인이 아닐 수 있다는 의미다.
해봄한의원 최보미 한의학 박사는 “허리가 아프다는 증상만으로 즉시 치료에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다”며, “통증의 시점, 자세에 따른 변화, 야간 통증 유무 등을 통해 통증의 기전(기계적, 염증성, 신경병증성)을 먼저 분류해야 치료 실패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MRI 결과가 통증의 절대적 지표는 아니다
가장 큰 오해는 “MRI상 디스크가 튀어나왔으니 이것이 통증의 주범”이라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Spine》과 《The Lancet》에 발표된 연구들은 이 상식을 뒤집는다.
Brinjikji 등(2015)의 메타분석에 따르면, 통증이 전혀 없는 50대 성인의 80%에서 디스크 퇴행이, 60%에서 디스크 돌출 소견이 발견되었다. 최 박사는 “디스크 변화는 흰머리가 생기는 것과 같은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일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영상 속의 디스크가 현재 환자가 느끼는 통증과 실제 인과관계가 있는지 이학적 검사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인별 맞춤 전략: “근육, 관절, 신경을 구분하라”
국제 가이드라인은 요통을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나누어 접근할 것을 권고한다.
1. 근육 및 연부조직 문제: 침, 약침, 수기 요법 등을 통한 근막 이완이 효과적이다.
2. 구조적 병변(디스크, 협착증): 신경 염증 조절이 우선이며, 봉독 침술이나 저주파 전기침 등이 염증 완화와 신경 재생을 돕는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3. 후관절 및 인대 퇴행: 척추 마디 사이의 관절 안정성을 높이는 도침 치료나 추나 요법이 권장된다.
재발 방지의 핵심, ‘코어의 과학’
치료 후 통증이 재발하는 이유는 허리 주변 근육의 ‘억제 현상’ 때문이다. 《JOSPT》 등 유수의 학술지는 심부 기립근과 코어 근육의 강화가 요통의 재발률을 유의미하게 낮춘다고 보고한다. 최 박사는 “시니어 요통은 단순히 허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골반의 불균형, 복부 탄력 저하 등 전신 밸런스와 연결된다”며 “통증이 줄어든 시점부터 실시하는 단계적 재활 운동이 치료의 완성”이라고 덧붙였다.
[기자의 결론]
지난 30년간 요통을 겪으며 기자는 '디스크'라는 단어에 갇혀 있었다. 그러나 과학적 근거들이 말하는 답은 명확했다. 허리 통증은 단번에 '제거'하는 대상이 아니라, 정확한 진단을 통해 '관리'해 나가는 질환이다. 시니어 독자들이 통증을 노화의 숙명으로 받아들이기보다, 과학적인 접근법을 통해 다시 활기찬 일상을 찾기를 바란다.
[한국시니어신문 김규민 기자] dailyk@ksenior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