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니어신문] 60대를 만나면 건강 안부가 먼저 나온다. 돈 이야기, 일 이야기, 사업 이야기는 뒷전이다. 30년간
이 사회가 시니어를 걱정의 대상으로만 다룬 사이, 경제 주체로서의 시니어는 통째로 지워졌다.
시니어를 '돌봄 대상'으로만 본 30년
돌아보면 부끄럽다. 미디어도, 정책도, 시니어 당사자조차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어르신 건강 챙기세요"가 늘 첫 문장이었다. 복지 혜택을 얼마나 받느냐가 시니어 뉴스의 전부였다.
경제 기사에서 50대 이상은 은퇴자 혹은 부양 대상이었다. 재테크 기사는 30~40대 자산 형성기에만 초점을 맞췄다. 시니어가 자산을 굴리고, 소비를 주도하고, 새 수익원을 만든다는 전제는 처음부터 빠져 있었다.
정책도 마찬가지였다. 시니어 관련 예산 대부분은 돌봄과 요양에 쏠린다. 일자리 정책은 단순 노무직 위주고, 창업 지원은 청년 몫이다. 시니어를 경제적 의사결정의 주체로 보는 설계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어떤가. 한국 65세 이상의 소득 기준 빈곤율(소득이 중위값의 절반에 못 미치는 비율)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 50~60대 가구의 자산 보유 비중은 전 연령대 중 가장 크다. 가장 많이 가진 세대가 가장 가난한 노인이 되는 구조. 이 모순은 시니어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시니어를 경제 주체로 보지 않는 시스템의 문제다.
숫자가 말한다, 시니어는 이미 경제 주체다
프레임을 바꾸면 풍경이 달라진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2024년)에 따르면, 50대 가구 평균 순자산(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은 4억 원대 후반이다. 60대도 4억 원대 초반을 유지한다. 전체 가구 평균 3억 원대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소비력은 더 뚜렷하다. 50대 이상 가구의 소비 지출은 전체 민간소비의 40%를 넘는다. 온라인 쇼핑에서도 5060 비중이 매년 두 자릿수로 늘고 있다. 기업들이 시니어 시장을 자꾸 오판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여전히 시니어를 구매력 없는 세대로 보는 편견이 작동한다.
고용 현장도 바뀌고 있다. 60대 고용률은 최근 5년간 꾸준히 올라 50%에 근접했다. 단순 일자리만 느는 게 아니다. 전문직 경력 컨설팅, 프리랜서, 1인 창업이 빠르게 확대된다. 시니어 경제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다만 이를 제대로 읽는 미디어가 없었을 뿐이다.
한국시니어신문이 바꾸려는 것
이 칼럼은 편집국장으로서의 선언이다. 한국시니어신문은 시니어를 복지 수혜자가 아닌 경제 주체로 다룬다. 연금을 타는 사람이 아니라, 연금을 설계하는 사람의 관점으로 쓴다. 건강을 걱정받는 대상이 아니라, 건강을 자산으로 관리하는 주체로 이야기한다.
우리가 주목하는 시니어는 '프래그머틱 시니어'다. 감성보다 숫자를 먼저 보는 세대. 위로보다 판단 기준을 원하는 세대. 남은 시간을 감상이 아닌 설계로 채우는 세대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어르신 힘내세요"가 아니다. "이 숫자를 확인하세요"다.
30년간 시니어를 '보호받아야 할 사람'으로만 규정한 프레임은 유효기간이 끝났다. 시니어 경제는 더 이상 복지의 부록이 아니다. 그 자체가 독립된 경제 영역이고, 이 영역을 정면으로 다루는 미디어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시니어신문이 그 자리에 서겠다.
이 신문의 모든 기사는 한 가지 원칙을 지킨다. 마지막 문장에서 독자가 오늘 실행할 수 있는 행동 하나를 제시한다. 30년 묵은 프레임을 바꾸는 일이 칼럼 한 편으로 끝나지 않는다. 하지만 시작은 지금 할 수 있다.
오늘 할 수 있는 일 하나. 내 월 생활비에서 연금, 근로소득, 자산소득이 각각 차지하는 비율을 적어보라. 그 세 숫자가 지금 내 경제적 위치를 가장 정확하게 말해준다.
[한국시니어신문 김규민 발행인/편집국장] dailyk@kseniornews.com



















